▣ 정확한 중심으로 피벗하라(Master the Pivot)
피벗은 회전하는 물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축'을 말한다.
농구 용어인 '피벗 플레이' 비슷한 맥락에서 쓰인다.
한쪽 발로 단단히 중심을 집은 몸을 틀어 상대 선수를 제치거나 패스할 곳을 찾는 것이다.
역대 최고 NBA 선수로 평가받는 코비 브라이언트는 특히 피벗 플레이에 탁월했다.
비즈니스에서도 회의에서도 피벗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중심축을 잡고 여러 관점으로 돌려보는 것'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핵심은 중심축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다양한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관점에서 고민할 때 피벗은 고민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지 않도록 잡아준다. 'WHY'에 대한 질문을 명확히 한다는 건 사실 피벗을 정확한 위치에 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벗과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OCED 회원국 중 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0년 1월부터 모든 교차로에 '좌회전 후 직진'과 '좌회전과 직진 동시' 신호체계를 없애고 '선행 직진' 신호체계를 도입했다. 좌회전 신호가 먼저일 때는 좌회전 차끼리 부딧히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직진 신호가 앞에 나오자 그런 사고가 현격히 줄었다. 그런데 왜 그동안은 교차로의 신호체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을까?
미국을 벤치마킹해온 한국은 좌회전 신호로 발생하는 사고율이 낮은 미국을 보면서 '좌회전 후 직진' 신호체계의 문제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도로 상황이나 교통시스템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로가 넓고 교차로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 교차하는 구간에 대부분 신호등 대신 STOP 사인이 있다. STOP 사인은 무조건 멈추고 3초간 기다려서 차가 오는지 확인한 후에 다시 주행하라는 의미다. 미국이 좌회전시 교통사고가 잘 나지 않았던 것은 운전자들이 STOP 사인에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덕분이다. 즉 한국이 높은 교통사고율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교통시스템은 피벗을 설정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교통시스템을 벤치마케팅해서 한국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방법을 찾으려 할 때 어떤 피벗을 꽂아야 할까? 그것은 한국과 도로 상황이 비슷한 곳에 피벗을 꽂아 교통시스템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도로가 넓은 미국을 제외하고, 운전대 위치가 다른 일본도 제외해야 한다. 한국과 비슷한 유럽지역, 그중에서도 운전대 위치가 동일한 독일과 같은 국가가 유력한 벤치마킹 후보 지역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최적의 해결점에 도달하려면 올바른 중심축이, 즉 피벗이 정확하게 잡혀 있어야 한다.
▣ 사용자 친화적이 되어라
트랜드 새비 역량을 통해 문제해결에 필요한 다양하고 신선한 데이터를 모았다면, 그 다음 단계는 '딥씽킹'이다.
이 때 WHY 질문을 던져 문제의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아내고, 그다음은 WHY에 '피벗'을 정확히 꽂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딥씽킹 단계에서 유념해야 하는 것은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해결책을 모색할 때의 방점이 '사용자 친화적' 관점에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트렌드 새비와 딥씽킹을 하는 이유도 결국 '사용자 친화적' 관점에서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는 답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사실 이 세 가지는 순서 없이 동시에 고민해야 할 때가 훨씬 많다.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WHY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피벗을 어디에 놓아야 할 지 고민하다 사용자 관점을 고민하기도 한다.
광고 비즈니스 사례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플랫폼마다 광고에 대한 과금이 제각각이다. 어떤 플랫폼은 해당 광고가 사용자에게 3초만 노출되어도 과금이 진행된다. 3초 동안 사용자가 광고 내용을 제대로 인지했을까? 유튜브 기준은 30초다. 동영상이 플레이되기 전 혹은 중간에 광고가 재생되면 5초 이후부터 '광고 건너뛰기' 버튼을 누를 수 있는데, 만일 30초 이내에 skip 버튼을 누르면 카운딩되지 않고 과금도 되지 않는다.
유튜브가 보수적인 지표로 광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광고 메시지가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업이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는 진짜 이유이며 광고 플랫폼이 달성해야 하는 '올바른 목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초는 수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30초는 사용자 우선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3초는 문제의 근원을 보지 못했거나 잘못 파악해 도출된 숫자고, 30초는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보고 피벗을 정확한 위치에 놓았기 때문에 도출된 숫자라 할 수 있다.
피벗을 단단하게 잡고 사용자 관점에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되면 '광고가 (소비자에게) 소음이 아닌 유용한 정보가 된다.' 누군가 노트북을 사려고 했는데 마침 광고를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노트북 할인 광고를 보게 된다면, 이는 소음이 아닌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런 경우 해당 광고를 30초 이상 지켜볼 가능성이 커지고,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어 구매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유튜브의 광고전략은 바로 이 부분에 기인한다.
제대로된 이유찾기, 정확한 위치에 피벗 꽂기, 사용자 친화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이 세 가지는 우리가 트렌드 새비하기 위해서, 성공적인 딥씽킹을 하기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방법론이다. 이 세 가지가 나침반이라면 '문제의 근원'은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어디로 가야할 할지 '목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도록 나침반으로써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 리더십에도 WHY가 필요하다
구글의 모든 리더는 '원온원(1:1)'을 해야 한다. 팀원 한 명에게 일주일에 30분씩 할애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간이다. 이때 팀원들의 WHY가 무엇인지 파악해서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구글에서는 WHY를 이야기하는 것을 결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예를 들어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우리가 자율주행을 왜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사람은 구글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리더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팀원들이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WHY가 목표에 맞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필요한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팀원에게 '이 엑셀 파일을 보고 A부터 C까지 채워주세요'라고 하면 이것은 WHAT에 해당하는 것이다.
리더 입장에서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일도 더 빨리 끝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업무를 할 때마다 달라지는 WHAT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한다.
처음부터 엑셀의 빈칸 채우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했다면, 즉 WHY를 잘 짚어줬다면 시간이 다소 걸렸을지라도 나중에는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훨씬 절약되었을 것이다.
기업에서 '올바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북극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찍어주면 목표의 50%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모두 북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북극성'이 올바른 목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피벗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왜 하는지 다 알죠?'라고 하면 남쪽으로 가는 팀원이 나타난다. 그래서 리더가 '지금까지 뭘 한 거죠?'라고 물으면 팀원은 '저는 이걸 원하시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들이 똑똑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님을 리더는 명심해야 한다.
'북극성'을 찍어줄 때 '책임감'이나 '오너십'에 방번을 찍어서는 안 된다. 팀원에게 책임감이나 오너십이 WHY가 될 수 없으며, 반드시 개개인에 맞는 WHY를 찾아 설정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른 '북극성'을 찍어주기는 쉽지 않지만
리더십에서 '맞춤형' 디렉션은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누구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북극성에 있다면 빨리 가고 싶어서 신나게 일하지 않을까?
그리고 신나게 일하다 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책임감이고 오너십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