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리더들이 팔로우십을 추구하는 이유
구글에서는 '팔로우십'을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본다. 팀을 이끌어야 할 리더에게 있어 팔로우십이란, 구성원 각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진정한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구글에서는 관리자급 리더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이양해 조직이 유연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구글에서 2009년 발족한 '산소 프로젝트'가 이를 잘 말해준다. '좋은 리더야말로 조직의 산소와 같다'는 뜻으로 착수한 프로젝트였다.
[매니저를 위한 산소 프로젝트]
① 좋은 코치가 되어준다.
② 팀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사소한 부분까지 관리하는 것)를 하지 않는다.
③ 팀원의 성공과 복지에 대해 관심을 표현한다.
④ 생산적이고 최종적으로 이뤄내야 할 성과를 분명히 제시한다.
⑤ (정보 공유를 포함해)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팀원 개개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⑥ 팀원들의 커리어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성과를 논의한다.
⑦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가진다.
⑧ 팀과 팀원에게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기술 능력이 있다.
이 조건들은 중요도 순으로 매긴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팀원분들은 기술적인 우수성(전문성)을 가진 리더보다 대면 미팅을 자주 만들어 소통하고, 직원들의 삶과 경력관리를 뒷받침해 주는 리더를 선호했다. 쉽게 말해 리딩보다 팔로우에 능한 리더를 더 따른다는 얘기다.
이렇듯 팀이 추구해야 할 성과를 명확히 한 다음에는 정말로 출근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새벽에 나와 일하고 점심 즈음 퇴근할 수도 있고, 저녁에 출근해 밤새워 일할 수도 있다. 핵심은 각자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서 일하는 것이다. 매니저는 결과물에 대해서 목표한 대로 되었는지 피드백을 해주는 것뿐이다. 팀원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다음 필요한 조언을 해주고 의사결정을 잘하면 된다. 리딩보다는 팔로우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과정을 챙기기보다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는 구글의 리더십은 <포춘>이 선정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구글이 6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 피드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오픈 마인드를 가진 분들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되 결코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항상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잘 수용하는 것 못지않게 피드백을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직원이 신규 프로젝트에 설명하면서 어떤 기술이 적용되고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등 구체적인 정보들이 포함된다. 그때 누군가가 '아이디어는 좋은데, 중간에 이런 기술적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하나요?'
일면 좋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자유롭게 주고받는 회의 분위기가 깨질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구글에서는 신규 프로젝트 회의 때는 부정하는 표현, 지적하는 표현을 되도록 신중히 경계한다. 모든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존중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분위기가 회의실 내에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은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한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기술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우리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봐야 합니다'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가 더 좋은 피드백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성과를 높이는 심리적 안전감
구글에서는 조직 성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높은 성과를 보이는 팀의 특성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를 다음 다섯 가지로 추렸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이다. 팀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다른 팀원들 앞에서 약점을 보여도 안전하다고 느낄 때 높은 성과를 창출했다.
둘째. '신뢰성'이다. 이것은 팀원들이 서로 제시간 안에 정해진 일을 훌륭하게 마칠 수 있다고 믿을 때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구조와 명확성'이다. 업무 구조가 꼼꼼하게 설계되어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 계획,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할 때 높은 성과를 창출한다.
넷째와 다섯째는 각각 '의미'와 '영향력'이다. 팀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때, 그리고 그 업무로 인한 변화가 보일 때, 즉 영향력이 있는 일이라고 판단할 때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것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 'YES, AND' 원칙으로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의 집 뒤쪽은 굉장히 고운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가였는데 덕분에 비행 실험을 하다가 떨어지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환경이 바로 라이트 형제가 역사상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어떤 조직이든 이러한 모래사장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매니저들이 팀원들에게 모래사장이 되어주어야 한다. 팀원들이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고자 할 때 모래사장이 되어주는 매니저가 있다면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것처럼 든든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조직 전체로 보면 실패만 남는 건 아니다. 도전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조직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구글에서는 이런 모래사장의 역할을 하는 원칙이 있다. 이른바 'YES, AND' 원칙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상대가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생각은 다르다' 등의 말로 반박하지 않고 무조건 '맞다', '그렇다'라고 일단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 누군가 '해는 서쪽에서 뜹니다'라고 하더라도 '네, 맞습니다. 그리고 해는 동쪽에서 뜹니다'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이 'YES, AND' 원칙 다음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신뢰'다. 자신의 취약점을 공개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악용하여 나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 간의 믿음을 의미한다.
둘째는 '직면'이다. 신뢰가 바탕이 되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자유롭게 토론함으로써 상호보완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는 '헌신과 결과 중심'이다.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에 초첨을 맞추고, 결론이 도출되면 이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해는 서쪽에서 뜹니다. 그리고 해는 동쪽에서 뜹니다'라는 말은 사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비논리적 주장이지만, 논의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다는 것이다.
앞서 퇴근 후 치맥집에 모여드는 '스티브 잡스' 같은 직원 이야기를 했는데 회사나 조직에 이러한 'YES, AND' 문화가 있었다면 대박을 터트리는 아이디어가 치맥집이 아닌 회의실에서 거론되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의 관점과 생각이 더해 지면서 더없이 풍성해지고 결국 대박을 터트리는 아이템으로 발전되었을지 모른다.
▣ 신뢰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심리적 안전감과 'YES, AND' 원칙이 잘 지켜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가 조직 구성원 상호 간의 믿음. 즉 '신뢰'다. 이때의 신뢰는 'dependability'아닌 'trust'다.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저서 <기부 앤 테이크>에서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눴는데,
첫째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기버(giver)다.
둘째는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으려고 하는 테이커(taker),
셋째는 받은 만큼 상대에게 돌려주려고 하는 매처(matcher)다.
애덤 그랜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가운데 조직이 성과를 내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기버다.
기버는 '신뢰'를 받고 있어서 필요할 때 도움을 받아 더 잘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를 끌어올리려면 신뢰를 넘어선 '진정성'도 필요하다. 이 진정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신뢰 역시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선 진정성은 '다른 사람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 '저 사람이 있어서 나도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고마워하는 마음'이다. 겸손한 태도로 계속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과 친근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