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
우리가 흔히 자동차 '핸들'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확한 명칭은 '스티어링 휠'인데, 이는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조향 장치다.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이 '스티어링 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가 협업을 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참여자 모두가 공동의 목표가 무엇인지, 각자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참여자가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도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사일로(silo), 즉 부서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제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십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구체적 방법론에 앞서 두 가지를 먼저 강조하고자 한다.
한 가지는 '사용자 관점'을 갖는 것이다. 즉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해야 상대에게 도움이 될지를 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다음은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다. 라포는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근감 또는 신뢰감을 의미한다. 라포가 중요한 이유는 같은 말을 해도 훨씬 더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 WHY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사람의 심리는 생각보다 복잡하며 서로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설득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이유와 가치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싶다면 '마음의 문'을 잘 열어야 하고,
그 방법은 WHY를 먼저 말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즉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이유'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구글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언스키퍼블(unskippable)' 즉 유튜브 사용자들이 영상을 보기 전에 나오는 광고를 건너뛸 수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점이다. 광고 영상을 5초만 보면 skip 할 수 있는데, 5초간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언스키퍼블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광고주에게 제안할 때 5분 안에 WHY를 담으라고 조언한다.
▣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생각하라
그렇다면 WHY는 어떻게 설명되어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까? 그것은 사용자 관점에서 내용이 구성되고 정확한 지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자동차 브랜드 '볼보'의 엠블럼은 안전벨트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엠블럼을 보면서 '안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소비자에게 볼보는 안전을 상징하는 자동차의 대명사인 것이다.
미국의 저가항공사 버진아메리카는 사용자 관점에서 기내안전 안내방송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지 3일 만에 3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안내방송은 중독성 있는 노래와 경쾌한 춤 동작을 결들여 기내 안전수칙을 유쾌하게 전달하여 홍보 효과를 톡톡히 냈다.
메시지 전달 방식을 사용자 관점에서 고민하자
자연스럽게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단순한 호기심을 적극적인 관심으로 만들려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하나로 '티징(teasing)'도 강조하고 싶다. 티징은 상대방에게 궁금증을 유발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가령 메이저리그 경기 방송 중에 타자가 타석에서 배트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는 중에 아나운서가 불쑥 '잠시 듀라셀에서 할 이야기가 있답니다'라는 멘트를 건네고 화면 한쪽에 듀라셀 광고가 스치듯 약 6초간 나오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금세 사라져 버리면 사람들은 '지금 뭐였어?'라면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 바로 티저 광고다.
커뮤니케이션에 티징 기법을 사용할 경우 핵심은
궁금증을 자아냄으로써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조지 로웨스타인은
'인간의 호기심은 지식의 공백을 느낄 때 발생한다'라는 '공백 이론'의 창시자다.
우리 뇌에 질문이 들어오고 궁금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겨나고
자동적으로 그 공산을 메우려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 공간이 바로 '지식의 공백'이다.
조지 로웨스타인은 인간은 지식의 공백을 느낄 때, 등을 긁고 싶은데 긁지 못할 때처럼 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어떻게든 지식의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 그러니까 호기심을 성공적으로 자극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궁금증을 느끼면서 더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찾아보게 된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티징 기법을 활용할 때는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 관심을 행동으로 바꾸는 넛지 전략
물론 모든 상황에서 티징 기법이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게 방법을 고르는 전략이 필요한데, 어떤 때는 '모범 보이기'가 실질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넛지(nudge)가 되기도 한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의미인데,
경제학적 의미로는 '타인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개입'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상대방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처럼 강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부모님이 집에서 늘 책을 읽고 계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녀를 훈육하는 것처럼 리더로서 팀원들의 행동을 개선하고자 할 때, 혹은 좋지 않은 습관을 부드럽게 고쳐주고 싶을 때 이 '모법 보이기'가 매우 우수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서 전달 방식까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 고민을 어디까지 했는가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과 그렇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커뮤니케이션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협업을 하는 이유는 더 가치 있는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과 방법론에 대한 모든 고민은 결국
우리가 협업을 통해 창출해야 할 최종 성과물을 겨냥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