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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생존무기가 필요하다

jjangguard-1 2024. 12. 23. 10:52

 

어떤 사람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그가 최선을 다할 기회 앞에 섰다는 것이다.
- 듀크 엘링턴 -

 

▣ 살아 있음을 위한 자연의 이치

     둥지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까치 한 마리가 두꺼비 한 마리를 발견하고 공중을 한 바퀴 돌아 두꺼비 앞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두꺼비는 너무 놀란 듯 그대로 누워 허연 배를 드러냈다. 까치는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싶어 두꺼비를 톡 쪼았다. 그 순간 정신이 아릿해지면서 비~틀 거리다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다가 그 자리를 피해 날아갔다. 그러자 기절한 듯 누워있던 두꺼비가 일어나 유유히 숲 속으로 사라진다. 경험이 없던 까치는 두꺼비 살갗에 흐르는 독을 아무 생각 없이 덥석 삼켰던 것이다. 멋모르고 달려들었다가 혼이 난 까치는 두 번 다시 두꺼비를 건드리지 않는다. 못 먹는 떡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다.
수천만 년을 살아온 생명체답게 자신만의 독특한 생존무기가 있다.
거친 야생의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진리 중의 하나는
자신의 생존은 자신이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 '큰 을(乙)' 보다 무서운 '작은 갑(甲)'이 되자

     어디 자연만 그럴까. 인간 세상에서도 탁월한 생존력을 자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두 자신만의 생존무기가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히 쓰이는 '경쟁력'이 그것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오카노 공업이라는 회사는 임직원을 포함해 6명뿐이지만 천하의 소니나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직접 찾아와 주문하겠다고 하는 곳이다. 거드름을 피우는 게 아니라 물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오카노 사장은 자신이 가진 불리함과 싸우면서 기술 개발에 매달린 결과, 그 어느 곳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특수 부품을 생산하면서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되는 '작은 갑(甲)' 된 것이다.

 

     조직 속 개인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주는 명함은 대개 베스트 원이다.
아무리 높게 올라가도 언제든지 누군가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온리 원이 되면 조직의 보호막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때문에 베스트 원은 조직에 기대고 매달려야 하지만,
온리 원은 조직이 붙잡는다.

 

     나만의 무기가 없는 생명체는 조만간 도태된다. 나만의 무기가 없는데 자신감만 있다면 그것은 허세다. 무기가 있는 데 사용할 줄 모른다면 무능력이다.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탁월한 생존력으로 축적된다. 생존력이 일정 정도에 이르면 이 생존력 자체가 무기가 된다.

 

▣ 불안이란, 삶이 뭔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다.

     한 스님이 밤중에 산길을 가다가 낭떠러지 근처에서 미끄러져 굴렀다. 스님은 이러다 죽겠다 싶어 손에 잡은 작은 나무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이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이 오로지 버텨야 했다. 조금씩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이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됐을 때 어느 순간 손을 놓아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가 밤새 안간힘을 쓰며 매달렸던 곳은 천길 낭떠러지가 아닌 반반한 땅에서 1미터도 안 되는 높이의 비탈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그곳을 떠났다.

 

     나는 어떻게 될까. 왜 나는 이럴까, 같은 우리를 조급하게 하는 불안도 마찬가지다. 불안을 그대로 놔두면 점점 커져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힌다. 이럴 때는 숨을 크게 쉬어서 불안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실제로 해보면 진정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건 응급대처법일 뿐이고, 제대로 불안을 잠재우려면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밤새 나뭇가지에 매달린 스님처럼 되지 않으려면 숨을 조여 오는 것의 정체와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정체 모를 불안에 휘둘리는 리더는 표시가 난다. 우선 지시다운 지시를 내리지 못하고 거의 강압적이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합당한 근거가 없다. 그리고 자신감 없는 리더들은 질문을 반항과 거부로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라고 물으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유를 대는 경우가 드물다. 구체적으로 모르니 밀리면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를 코너로 몰아붙인다.

 

     그러면 성공한 이들은 어떨까? 이외로 그들로 겁이 많다. 대개 그들이 대범하며 용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인들보다 더 겁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에게 오는 불안이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이고,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려고 하고, 실제로 안다는 것이다. 불안을 받아들이고, 불안을 따져보고 이기는 법을 생각한 결과다. 불안의 실체를 알면 불안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쓰러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에, 그래서 앞에 놓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 때문에 불안해한다. 그래서 그들은 불안을 위기의식으로, 긴장감으로, 절박함으로 만든다. 일종의 배수진이다. 움츠리지 않고 어떻게든 나아가려고 한다. 그 한 걸음이 그들을 발전시킨다.

 

     불안과 두려움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불안은 막연한 것에 대한 반응이고, 두려움은 특정한 대상에 대한 것이다.
죽을 것같이 아플 때 원인을 모르면 불안하지만, 병명을 정확하게 알면 그것은 두려움이 된다. 불안은 마음과 영혼을 좀먹지만, 두려움은 자세를 낮추고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게 한다. 

 

     불안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프리츠 리만>은 이렇게 말한다.
'불안은 우리의 삶이 발전하는, 특별히 중요한 곳에서 가장 먼저 온다.'
기존의 친숙한 것들이 떠나고 새로운 것이 오는 곳에 불안이 온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발전과 성장은 불안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삶의 한가운데 서서 불안을 바다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가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일을 성공하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눈을 감고 표적을 맞힐 수는 없다.' 그렇다. 맞더라도 눈을 뜨고 있어야 멋지게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주먹이 날아오는 위기를 닥치면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래도 눈을 뜨고 있는 것, 정말이지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중요한 생존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