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시작하기 이전'이 있게 마련이다.
- 장자 -
▣ 사법시험에 쉽게 합격하는 이들의 특징
신림동 고시촌은 치열한 번민과 경쟁의 산실이며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단연 두드러지는 이들은 '입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보란 듯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봄바람의 꽃처럼 떠나가는 이들이다.
20여 년 전쯤 그곳에서 6개월 정도 있을 때 지금도 생각나는 '고시 도사' 들이 있다. 고시 경력 10년이 넘어 고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이들이다. 대부분 가정이 있음에도 고시원에 산다. 고시를 포기한 게 아니라 여유롭게 매년 고시를 보는 '고시 한량'들이다.
직접 접해보니 '도사'라는 표현에 맞게 내공을 갖추고 있어 고시 출제 경향부터 시작해 시험에 관해 모르는 게 없었다. 올해 출제위원과 경향은 어떨지 청산유수로 줄줄 읊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은 얼추 맞았다. 하지만 정작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대부분 합격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출제 경향을 알아도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출제 경향을 점치는 것 외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는데 누가 고시에 빨리 합격할 것인지를 점쟁이처럼 맞춘다. 고시도사에게 술 한잔 사주며 물어보자 '고시에 쉽게 합격하는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라고 말한다.
대게는 '나 이제 고시 공부한다'라고 선언하고 시작하지만,
이 사람들은 '놀면서 틈틈이 두 과목을 마스터한 다음,
여기 와서 공략하기 쉬운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거야.
스타트 라인이 다른 거지.'
대학교 때 사법시험에 합격한 선배와 축하주로 기분 좋게 취했을 대 비결을 물어보자. 같은 대답이 나왔다. '1, 2학년 때는 열심히 놀았고, 3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을 뿐이야.' 하고 말하더니 술이 몇 순배 돌자 대답이 달라졌다. '친구들과 놀 때도 하루에 5시간씩 경제학과 영어를 꾸준히 했을 뿐이야.'
▣ 어느 CEO의 장수 비결
오래전에 명문이라고 할 수 없는 대학을 나와 작은 기업에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 내세울 게 없었던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전선을 누볐고, 그 덕에 40대 초반에 한국지사장이 되었다. CEO급에 오른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알짜인 외국계 회사에서 그는 오랫동안 CEO를 지냈다.
입사 초기 영어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그는 나름의 생존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중 하나가 일요일 오후 출근이었다. 매주 일요일에 출근하여 다음 일주일 근무 계획을 미리 머릿속과 몸에 주입시켜 다른 직원보다 다가오는 일주일을 일찍 시작한 것이다.
텅 빈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다른 직원들과 간부들의 달력을 보며 다음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체크한 다음. 자신의 일주일 계획을 짰다. 당연히 빈틈없는 일주일이 되었고,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고,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배려와 상황 대처가 가능했다.
CEO에 올라가서도 그는 일요일 출근을 계속했다. 토요일은 골프모임이나 가족과 보내고, 대신 일요일은 철저하게 자기만의 시간이었다. 그는 그것이 특별한 비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들과 다른 시작이 오늘의 그를 만든 셈이다.
오랫동안 CEO를 많이 봐온 한 헤드헌터는 성공한 CEO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날짜가 찍힌 어제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어제의 기술이 오늘의 기술이 아니듯, 오늘의 기술도 내일의 기술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어딘가를 갈 때 지도를 보고 간 사람과 일단 가서 몸으로 부딪치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프랭클린 다이어리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내일 일을 오늘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앞당기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인턴사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의 상무에 오른 커리어우먼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30대 후반이었고, 그 비결을 물어보자 그녀는 '특별한 건 없어요. 좀 다른 것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하면서 '나', '생(生)', '종교', '회사' 이 네 가지를 생각하면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 쏟아야 할 에너지를 배분합니다.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다. 이게 제 모토예요.' 그녀는 스스로 '바쁜 오리'에 비유했다.
물방울 하나 튀기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지만 너무나 짧은 다리로 발버둥 쳐야 하는 게 딱 제 모습인 거 같아서요.
비즈니스 세계에서 아침형 인간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9 to 6 시스템에서 시작이 빠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출발해야 한다. 아침 해가 솟아올라 밝은 세상이 되면 누구나 상쾌한 마음으로 출발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늦다.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가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은 뒤처짐을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