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련한 장사꾼은 '마수걸이'를 중시한다
한 번 추락하면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추락은 가속도를 내는 까닭이다. 언젠가는 해야 할 노력을 처음부터 쓴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칼자루, 즉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옛날 권모술수가 난무하던 유럽 궁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했던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조심스러운 사람에게 우연이란 없고, 신중한 사람에게 위험이란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은 앞서야 한다. 머리맡의 베개는 말 없는 예언자다.
처음에 자면서 생각한 것이 후에 베개를 벤 채 잠들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
중저가 캐주얼 의류를 생산하는 연승어패럴 변승형 사장은 공장에서 잔일 거드는 일부터 시작한 입전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잘 파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특징이 있다.'라고 했다. '장사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 들어온 손님부터 확실하게 잡습니다. 잘 응대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소비자들은 의외로 다른 사람이 사면 같이 따라 사는 경향이 있어요. 앞사람이 구매할 경우 다음 손님이 구매할 확률은 60%가 넘어요. 하지만 첫 손님 두세 명이 그냥 나가면 그날은 셔터를 내려야 합니다.
변사장인 말하는 첫 손님 잡기는 흔히 '마수걸이'로 불린다.
첫 물건을 파는 것을 말하는데,
이들이 마수걸이를 중시하는 것은 시작이 좋아야 하루가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판매왕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따로 있다.
전설적인 미국의 판매왕에게 누군가 물었다. "보통 하루 중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따로 있습니까?' 판매왕은 당연하다는 듯 '있습니다. 어딥니까? 가장 팔기 쉬운 곳을 먼저 갑니다. 왜 그곳을 먼저 갑니까? 제 자신에게 '오늘도 일이 잘 풀릴 것이다'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죠."
목표가 확실하다면 초기에 힘을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
이왕 할 것이라면 초반에 장악해 놓으면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군사학과 경영학에서 흔히 다뤄지는 '란체스터 법칙'은 바로 이런 초반 집중 전략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이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법칙이 개개인들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 엔진 설계에 참여했던 영국의 프레드릭 윌리엄 란체스터는 전투기의 공중전을 연구하던 중 조종사의 탁월한 능력과 전투기 성능이 공중전의 판세를 결정짓는 게 아니라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당시 군사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수학을 통해 '란체스터 법칙'을 밝혀냈다. 법칙은 간단하다. 쉽게 말해 총이나 칼 같은 재래학 무기로 싸울 때는 숫자가 많은 편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기 성능이 적보다 두 배 좋다면 숫자는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적보다 병력이 절반밖에 안 된다면 무기 성능을 두 배로 높이면 된다. 만약 확률 무기(불특정 다수를 겨냥하는 무기)나 첨단 무기로 무장했다면 병력을 4배 증가시켜야 한다. 반대로 병력이 절반일 때는 화력무기를 4배로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칙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초기에 모든 힘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집중할수록 힘이 커진다. 초원의 제왕인 사자도 얼룩말 추격전에 몇 번 허탕을 치면 기진맥진해져 더 이상 추격할 힘이 없어진다.
1917년 러시아에서 짜르 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이 일어나자 스위스 취리히에 망명하고 있던 레닌과 미국 뉴욕에 있던 그의 경쟁자인 트로츠키는 급히 귀국을 서둘렀지만 트로츠키는 캐나다와 영국에서 몇 차례 억류 되면서 레닌보다 한 달 늦게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한 달이 레닌에게는 승리는, 타고난 연설가 트로츠키에게는 뼈아픈 추락을 안겨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가 넷스케이프를 무력화시킨 것도 이와 비슷하다. 이른바 강자의 전략이다.
이 강자의 전략은 역설적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쪽은 오히려 강자이기 때문이다. 왜 강자가 최선을 다해야 할까? 가능하면 한 번의 시도로 먹이를 사냥해야 하기 때문이다. 슬슬 추격하면 나중에 힘이 빠져 사냥할 힘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기에 투입할 힘이 없는 '비교적 약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답은 하이에나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하이에나는 사냥도 하지만 사자나 표범의 먹이를 곧잘 빼앗는다.
힘이 센 수컷 사자는 7마리의 하이에나를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8마리는 무리다.
사자와 하이에나는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자는 8마리의 하이에나가 몰려오면 멋쩍은 듯 슬그머니 피한다.
8마리 이상 모여 협력할 수 있으면 힘이 드는 사냥보다 사자를 위협하는 게 효과적이다.
뭉치는 것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곧장 달려들지 않는다. 어느 정도 배고픔을 해결할 시간을 준다. 사자가 덤벼들면 자기들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위협을 시작하면 사자는 마지못해 물러선다. 여기서 란체스터의 재래식 법칙이 적용되는 순간이다. 하이에나와 사자의 거리는 무리의 숫자에 반비례한다. 하이에나의 숫자가 적을수록 멀리 떨어지고, 많을수록 가까워진다.
[이성에게 접근할 때는 첫 마디가 중요하다]
누군가를 보고 호감을 느꼈다면 접근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마이클 커닝햄은 술집에서 한 남녀가 상대에게 작업을 걸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자체를 반겼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달랐다. '당신과 사귀고 싶다'는 직접적인 방법과 '여기서 연주하는 밴드 이름이 뭐죠?' 같은 천진한 전략에는 60% 이상이 상냥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자신을 내세우는 남자에게는 80%가 쌀쌀맞게 응수했다.
첫인상은 한 번 기억되면 오래간다. 으스대던 남자가 나중에 태도를 바꿔 상냥하게 접근해도 여성들은 여전히 쌀쌀맞게 대했다. 여기서 가장 좋은 전략은 직접적인 방법보다 천진하고 순진한 이미지를 주는 전략이었다.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이 성향은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남자, 말이 많은 남자의 첫인상에 '아니요' 표시를 한다. 자랑을 하지 않으면 여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인기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