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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의 법칙]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다

jjangguard-1 2024. 12. 30. 11:11
남의 뒤를 따르는 자는 성공할 수 없다.
- 이탈리아 속담 -

 

▣ 따라 두면 진다

     자연에서 살아남은 생명체가 어제와 똑같이 살지 않는 것은 어제는 오늘과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것은 움직인다.
더 빨리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다르게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다.

 

     신출귀몰이란 어제처럼 하지 않는 것이다.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항상 다른 방법을 쓰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나무에 부딪쳐 죽은 토끼를 횡재한 농부가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수주대토, 守株待兎)은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예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으로 한동안 국제 유가를 쥐락펴락했던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가 한 말이 있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다." 이 말은 산유국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한 말이었다. 석기시대 사람들이 돌에 익숙해져 있을 때 일부 선구자들은 청동기를 만들었다. 청동기에 익숙해져 있을 때 철기를 사용했다. 덕분에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세계 부자 순위 1, 2위를 다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케이츠와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벗핏을 물론 구글도 이전과 다른 사업방식으로 신흥 갑부 대열에 올랐다. 쉽게 이루기 힘든 성공을 일궈낸 이들을 인터뷰해 보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항상 처음이고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쉽게 생각해 본 적 없다.',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이 스승의 부탁으로 일본 젊은 기사들과 합숙 훈련을 하면서 복기를 해주면서 한 말이다. "일본의 젊은 기사들이 한마디 질문도 없이 듣고만 있어 일본은 어렵겠구나 싶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복기가 결렬했고 선생이 따라 두라고 명령해도 수긍이 가지 않으면 매를 맞으면서도 따라 두지 않았거든요. 승부의 세계는 독창석이 생명이고 따라 두면 그냥 아웃입니다. 바둑이란 '아!' 하는 순간 끝나거든요." 어디 바둑만 그렇까? 기회도, 사업도, 삶도 마찬가지다.

 

▣ 칼리 피오리나의 '바지 사건'

     휴렛팩커드의 CEO로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던 <칼리 피오리나>가 전직장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루슨트는 어센드 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고 세일즈 부문 합동회의에서 네 번째로 연단에 선 칼리는 시장 상황, 두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기회, 이를 위한 협조를 강조하면서 그녀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어센드 사람들이 고객의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카우보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들어도 모욕적인 표현이었다.

 

     당시 어센드는 남성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회사였다. 세일즈 부문을 이끄는 사람은 술고래인 매력남으로, 불손한 언행과 독립심을 자랑으로 여기는 인물이었다. 그는 야한 농담도 즐겼고 차림이 자유로운 자리에는 운동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났다. 반면에 칼리 피오리나가 이끄는 세일즈팀은 절반이 여성이었고, 지도부 역시 여성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칼리를 별것 아닌 것으로 취급했다. 

 

     그녀의 말에 회의장이 술렁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화내지 마세요. 여러분은 우리에 대해 더 나쁘게 생각하잖아요." 합병 후 잘해보자고 모인 자리 축사를 했던 두 회사의 상사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연단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한쪽 바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계속해서 무대 중앙에 걸어가더니 재킷을 하나씩 풀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모든 시건이 옷을 벗는 그녀에게 쏠렸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다. 바지 앞쪽이 남성의 그것을 연상할 만큼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모두 똑똑히 볼 수 있을 만큼 컸다. 칼리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그것도 여기 있는 누구보다 크다는 걸 이제 알겠죠?' 그녀의 상사 루슨트 CEO는 웃느라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좌중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센드 측 팀장은 무대에 올라왔고 칼리에게 말했다. '내가 졌습니다.'

 

     훗날 그녀의 자서전 <힘든 선택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엉뚱한 짓이기는 했다. 계획대로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을지 나도 자신이 없었다. 유머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핵심을 찔러 표현했을 뿐이다(그녀는 그곳에 남편의 스포츠 양말을 세 켤레나 넣었다고 했다)."

 

     그녀의 자서전 <힘든 선택들>에는 새로운 조직에 부임할 때마다 고민했던 단어가 눈에 띈다.
'그들의 언어로'라는 표현이다.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것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언어로 말해서 그들이 받아들이도록,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했던 것이다.
강하고 억센 영업사원들을 일거에 휘어잡은 '바지 사건'도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접근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 어항 속의 금붕어도 하는데.....

     흔히 실패한 이들은 '최선을 다했다'라고 한다. 성공한 이들은 '뭔가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어항 속에서 하루 종일 이리저리 노닐고 있을 것만 같은 금붕어도 남다른(?) 노력을 한다. 

 

     금붕어는 생각 없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녀석들은 다른 녀석이 지나간 길은 뒤따라가지 않는다.
앞에 가는 녀석을 따라갈 경우 먹이가 없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길에 먹이가 있을 확률이 더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금붕어는 자신이 지나간 길도 다시 가지 않는다. 대형 수족관에 금붕어를 풀어놓고 이동 경로를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금붕어는 50만 번 중 한 번 꼴로 자신이 지나간 길을 다시 간다. 새로운 길을 가야 새로운 먹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금붕어에게도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