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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법칙] 그들은 후회할 일을 먼저 한다

jjangguard-1 2025. 1. 2. 11:19
대부분의 예상은 어긋난다.
- 칼 슈타인부흐 -

 

▣ 이직자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 과장은 얼마 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규모는 좀 작지만 괜찮은 회사다. 한 달을 고민한 끝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위 팀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곧 휴직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팀장 자리 1순위는 자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과장은 승진할 수 있을까? 

 

     승산을 따져보려면 문제를 단순화시켜야 한다. 우선 그의 머릿속을 단순화시켜 보자.
회사를 옮길 생각이 없다 → 왜? → 팀장이 휴직을 할 것이다 → 그래서? →  사장과 임원이 나를 꽤 괜찮게 생각한다→
그런데? → 팀장 자리를 내게 맡길 것이다.

 

     김 과장의 생각은 헛된 추측이 아니다. 모두 사실을 가능성이 80% 정도 된다. 80%면 거의 확실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 과장이 팀장이 되는 건 떼놓은 당상일까?

 

     여기서 문제가 꼬인다. 우선 위 상황이 연이어 일어나 줘야 한다. 그러나 처음에 생각한 대로 일어나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꼭 무슨 일이 생긴다. 갑자기 사장인 팀장의 휴직을 만류할 수도 있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올 수도 있다.

 

     김 과장 자신은 팀장이 될 확률이 80%라고 생각하지만 위의 상황이 연이어 일어날 확률은 1/3 수준으로 확 떨어진다. 즉 80%가 아닌 32.7%인 것이다. 김 과장은 다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임원의 입장, 사장의 입장에 서면 김 과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는 강화도에 사는 함민복 시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인 유명한 소설가가 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어부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서 그물을 쳤다.
마을로 돌아와 한참이 지난 후 어부들이 그물을 거두러 갈 채비를 하면서 말했다.
"자, 이제 실망하러 가자." 실망? 어망의 한 종류인가? 그게 아니었다.
누구나 뭔가를 할 때는 기대를 한다. 어부들도 '그물 가득'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럴 때 누구나 '실망'하게 마련이다.
어부들이 거두고자 한 실망은 바로 그것이었다.
괜히 부푼 기대를 했다가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생활의 지혜였다.

 

     사실 그곳에 고기가 많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사실과 경험으로 추론해 볼 때 많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강화도 어부들의 실망 거두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임이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 군대는 게임이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군이 내건 대표적인 전략 지침을 보자.

     ' 적이 우리(미군)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리리라고 기대하지 말라. 적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우리에게 가장 최악이라는 것에 근거하여 전략을 선택하라.'

 

                                                                                       [게임 이론]
정확성은 나에게서 멀어질수록, 미래로 갈수록 떨어진다. 어떤 방향을 정해 정확하게 던진 공은 갈수록 어긋난다. 이런 부정확성이 매초 2배로 증가한다고 치면 어떨까? 2초 후 공의 위치를 예측하려면 4배 더 정확해져야 한다. 1분 뒤를 예측하려면 10의 18승만큼 더 정확해져야 한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측정하고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헝가리 태생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은 양자역학과 원자폭탄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또 1920년대에 이미 게임이론에 관한 개념을 정립했다. 이 게임이론은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게임이론은 경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존재한다.
상대편이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게 게임이론이다. 가능하면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에 적이 매복해 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적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도 계획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이 기대하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이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이 바로 적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옛날 중국과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는 비단처럼 아름답고 부드러운 길은 아니었다. 이 길을 오가며 부를 일군 이들은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계획을 짰다. 다행히 이보다 상황이 좋아 얻은 이익은 덤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운이 좋았다'도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이 실크로드와 다를 바 없다. 그들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을 가정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그들은 내게 낙관주의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근거 없고 막연한 낙관이 아닌 치밀하고 구체적인 노력에 근거한 낙관이다. 불행을 한 번에 제거하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그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안다. 

 

     실패한 이들은 항상 최상을 기대한다.
'한 방'을 꿈꾼다. 그리고 실망한다. 분노한다. 좌절한다.
희망이 아니라 기대가 문제다.

 

▣ 삶의 이유가 바로 생존무기다.

     누구에게나 삶은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다음에 뭘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시시각각 제대로 결정을 내려야 올바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적게 노력해서 많은 것을 얻어내는, 다시 말해서 경제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성공한 그들은 바보처럼 일한다. 그들은 양적으로 계획하고 질적으로 실행한다. 그들이 일하는 방식은 차별화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까닭에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를 하고, 때로는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하지만 눈여겨볼 것은 바로 그렇게 헤매고 방황하는 곳에서 부와 성공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기대가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계획은 중요한 생존무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무기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삶의 이유를 가지는 것이다.
이것을 알면 우리는 더 잘 살게 된다. 

 

     개인에게 삶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 기업에게는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울 때 '모든 책상에 컴퓨터가 놓여 있도록 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사람이건 기업이건 살아야 하는 이유, 존재 이유는 생존과 성장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