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은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 전에는 절대 총을 쏘지 않는다.
- 어니스트 톰슨 시튼 -
▣ 밀림에서 거목으로 자라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 우림 숲은 밀림이라는 말 그대로 온갖 나무들로 빽빽하다. 그래서 햇빛의 2% 정도만이 바닥에 도달한다. 이런 숲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사건은 수령을 다해 나무가 쓰러지는 것이다. 50M나 되는 나무가 쓰러지는 날 이 나무가 드리웠던 공간은 격렬한 전쟁터로 변한다. 거목에 가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식물들이 햇빛을 받아 키 높이기 수직 레이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바닥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각종 씨앗은 햇빛을 보고 일제히 싹을 틔운다. 밀림은 1헥타르당 250여 종의 식물이 자랄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쓰러지기 전에 햇빛을 독차지했던 거목도 이 레이스를 후원한다. 썩어가면서 밑거름을 제공하는 것이다.
맨 먼저 두각을 나타내는 나무는 마카랑가다. 이 나무는 1년에 8M씩 쑥쑥 자라면서 햇빛을 장악해 나간다. 나른 나무의 줄기를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도 경쟁 대열에 참가한다. 장장 4년 동안 진행되는 이 경쟁에서 50M나 되는 숲 천장에 도달하는 나무는 몇 그루에 불과하다. 최후 승자는 초반부터 앞선 마카랑가일 경우도 있지만 대개 거대한 무화과나무 같은 활엽수가 차지한다. 이들은 신속하게 싹을 틔우기는 하지만 거북이처럼 꾸준하게 성장하여 최후의 승자로 오른다. 햇빛에 가려진 신세를 견디면서 착실하게 기반을 다진 뒤 어느 시점이 되면 급격하게 성장하여 경쟁자들을 제치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최후의 승자는 무려 200여 년 동안 군림한다.
▣ 누드 김밥의 비결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것은 생명이 탄생하는 것과 놀랄 만큼 비슷한다. 산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분만실에 가보면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남편에게 욕을 하는 산모도 있고,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산모도 있다. 모두들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아이를 낳는다. 산고의 결과(아이)가 너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를 낳아본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생존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어 자기 회사를 시작한 이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게 있다. 사무실을 차리고 2주에서 한 달쯤 되면 할 일이 없어진다. 휴대전화도 조용하고 얘기를 나눌 사람도 없다. 달력이 한 장씩 바뀌 때마다 불안이 커지고 통장을 확인하는 순간 불안이 몇 배나 증폭된다. 식은땀이 난다.
이럴 때 대부분 사무실에 틀어박혀 밤새 혼자 있기도 한다. 무서운 세상에 부딪히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뭔가를 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아 내가 너무 쉽게 허술하게 시작했구나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공포가 된다. 사무실 임대료, 관리비 등이 겁이 나고 간이 콩알만 해진다. 제대로 일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 갈림길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앞날이 달려 있다.
10여 년 전 서울 대학로에서 김밥 하나로 당시 몇억 원을 번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어떻게 김밥집 하나라 그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지 물어보니, 그는 김밥집 하나 내는데 무려 2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은 산으로만 돌아다녔다고 한다. 할 일없이 빈둥대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전국 산을 다니다 보니 산자락에 있는 맛집을 알게 됐고, 식당 주인에게 백수라고 하니 한결같이 뭐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1년 이상 잘 알아보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내친김에 방방곡곡에 있는 산과 산밑에 있는 맛집을 다 돌았다. 덕분에 조리 솜씨를 배우기도 했다. 불쌍한 백수에게 기술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러던 중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래도 시간 나면 괜찮은 상권을 찾아다니며 수첩에 기록했고 궁금한 것은 물었다. 2년쯤 되자 확실하게 감이 왔다. 젊은 유동인가가 많은 대학로에서 이름도 섹시한 누드 김밥을 개발해 돌파구를 열었다. 호기심에 맛있기까지 한 김밥, 불티나게 팔린 것은 당연했다.
성공한 이들은 잘 아는 일을 시작한다. 잘 알지 못하면 잘 알고 시작한다.
소심할 정도로 세심하게 할 일을 파악한다.
위대한 기업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기업이 정통한 일과 새로 시작하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실패한 사람들과 실패한 기업들은 하고 싶은 일을 '당장' 그리고 '호기롭게' 시작한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재테크 서적을 읽는 일이다. 그리고 뛰어든다. 그러나 부자가 된 사람들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작하기 전에 경제 전반의 흐름을 읽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기 위해 재테크 서적을 읽는다. 경매로 꽤 돈을 번 어떤 분은 '많은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내용이 충실한 한 권을 완전하게 마스터한 후 다른 책을 읽으라'라고 말했다.
기본기에 충실하되, 그것을 토대로 자신만의 탑을 쌓아 가라는 것이다. 그릇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릇을 만들어 놓으면 쉽게 흩어져버리는 물을 담을 수 있다.
한 방에 뭔가를 이루고 싶고,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치솟아 오른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기본부터, 작은 것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 말을 줄이면 '기다가 걷다가 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