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 다트머스대학교 존 매카시 교수가 처음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지능이 있는 기계를 만드는 과학과 공학'이라고 정의했다. 그 후 점진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은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된 덕분이다.
예전에는 소비자 성향이나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조사원들이 거리로 나가 설문조사나 인터뷰 방식으로 시장조사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조사를 시행하는 것도 훨씬 용이해졌다.
또한 설문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정보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용자가 하루에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횟수는 약 150회 정도인데, 한 번 터치할 때마다 누가 어떤 곳에 있고, 무엇을 구매했는지, 어떤 카페에 가려하고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 등등 사용자 관련 정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축적된다.
이러한 정보들이 '데이터'다. 그리고 그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를 분석하고 보다 정확한 마케팅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실제로 무선청소기 회사 '다이슨'은 헤어드라이어를 선보일 때 이 데이터를 근거로 헤어드라이어를 여성 보다 남성 구매가 많다는 점을 착안하여 제품의 성능보다 '연인을 위한 선물' 이라는 메시지를 부각하여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 데이터는 더욱 '권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해석하고 여기에서 도출한 인사이트를 활용하는 역량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데이터에 접근하고, 어떤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며, 무엇을 목적으로 활용해야 할까?
▣ 생각의 전환을 이끄는 힘, 데이터 리터러시
우리는 누구나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수집한 데이터에서 신호를 읽어내고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해석한 결과를 자신의 업무와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역량을 '데이터 리터러시'라고 하는데, 이는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이제 데이터 리터러시는 분야나 직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를 읽고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해독 능력'을 말하는데 이것은 '데이터를 넓고 깊게 보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앞에서만 보지 말고 측면이나 멀리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파도를 볼 때 바닷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평범한 순간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관점을 혁신하려면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들어올 수 있는 창구를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유투브 강연에서 나는 방 정리 잘하는 것과 성공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누군가가 방 정리를 잘했으면 더 크게 성공했을 것이라고 댓글의 달렸다. 여기서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방 정리'와 '성공'을 연관시키기 말고 각각 독립적인 사건으로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즉, '방 정리를 잘해야 성공한다'는 견해를 가질 수 있지만 반대의 견해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창구를 열어두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어야만 신선한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
2005년부터 15년 넘게 여성 총리가 연임한 독일의 어린이들은 '남자도 총리를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남성 총리를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의문이 든 것이다. 타성에 젖은 채 익숙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나를 보고 모두 알 수 있다고 여기는 태도 역시 문제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데이터를 넓고 깊게 보는, 즉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의심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고민해 보는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길러야 한다.
▣ 믿을 만한 데이터를 보고 있는가
운동을 좋아하는 여성의 사례를 이야기해 보자. 이 여성을 필라테스에서 테니스로, 다시 요가로 종목을 바꿔왔다. 그때마다 소셜플랫폼에서 반응하는 콘텐츠도 달라지게 되었다. 테니스를 할 때면 유명 테니스 선수 관련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테니스 용품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잦은 부상으로 요가로 바꾼 이후에는 요가와 관련된 사진과 용품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문제는 적어도 당분간 소셜플랫폼 상에 이 여성은 테니스용품을 구입할 확률이 높은 잠재고객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타겟 마케팅을 할 때 유효하지 않은 타겟이 섞이게 된다. 마케팅을 하려면 노이즈가 적은, 즉 신뢰도가 높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여기서 노이즈란 '관심사가 달라져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잠재고객'과 같은 신선도가 낮은 데이터를 뜻한다.
유튜브에는 1분에 평균 500여 시간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다. 이처럼 해일 수준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을 넘어 데이터의 질과 신선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유효하고 가치 있는 데이터를 구분해내지 않으면 '무가치한 결과(GIGO)가 도출되는 현상이 뚜렷해진다. 즉, 저해상도의 사진을 확대하면 픽셀이 깨져 뭉개진 것처럼 보이듯 말이다.
소셜플랫폼에서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을 할 때 소득 수준 상위층을 대상으로 럭셔리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플랫폼에서 800명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활동을 한다고 가정하자. 나름 데이터를 추적하여 긍정적 댓글이나 '좋아요'를 표시한 상관관계를 분석해 추려낸 대상일 것이다. 그런데 구매 행위와 상관없이 대리 만족을 느끼는 사람의 긍정적 댓글이 포함될 수 있다. 이렇듯 표면적인 데이터만으로 타겟을 설정하면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허수'에 기반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비단 마케팅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일상에서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식당을 갈지 고민할 때도 소셜플랫폼의 후기를 참조한다. 하지만 후가를 쓴 블로거가 공신력이 있는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결정했다가는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를 보게 되거나 입에 맞지 않는 식사를 하며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도 있다.
▣ 관점을 바꿔야 새로운 길이 보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같은 멀티플렛스 영화관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대부분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 예상하겠지만, 실제는 야놀자와 같은 숙박앱이 될 수 있다. 영화를 즐기는 연령층이 영화관 대신 호텔에서 여가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레고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유수의 장난감 회사가 아닌 유튜브가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레고를 갖고 놀던 아이들이 그 시간에 장난감 대신 유튜브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미숙한 상황에서는 풍부한 경험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논리 구조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데이터를 가져와 활용할 때조차 여러 관점에서 돌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 구조에 데이터만 가져와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처음 즉석밥을 개발한 대기업의 마케팅팀에서 '밥은 감성적인 것'이라는 논리 구조에 '공장에서 생산된 밥'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시장조사에서도 '즉석밥이 출시돼도 먹지 않겠다'라는 의견이 대다수로 나왔다. 결국 마케팅팀은 즉석발 개발을 포기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가정간편식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하여 실무자의 판단을 뒤엎고 과감하게 추진하여 결국 즉석밥 덕분에 오랜 경영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틀에 박힌 관점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제품, 소비자, 시장을 파악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데이터를 활용할 때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하버드대학교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이 책의 추천사에 "우리가 너무나 쉽게 정의 내려온 여러 가지 '경계'들에 대해 다시 보게 만든다"라고 썼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경쟁자를 OTT 플랫폼으로 보는 것도 '경계'이며, 한국인들이 즉석밥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도 '경계'다. '경계'를 가진 사람은 그 너머의 새로운 것을 볼 수 없고 새로운 인사이트도 얻을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은 기존의 관점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고 눈앞의 정보를 관찰하기 시작해야 새로운 접근법,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속도의 시대에는 무수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