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꼰대는 더 이상 배울 수 없다?
구글에서는 분기마다 토크쇼 'Talka at Google'을 진행한다. 얼마 전에는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작가를 모시고 토크쇼를 진행했다. 세대 간의 소통, 새로운 시대의 적응법 등 여러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공통된 의견이 하나가 나왔다. 성공이 켜켜이 쌓일수록 소위 '꼰대'가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어떤 의사결정이든 과거의 성공 경험에 기반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사사건건 가르치려 들게 된다는 것이다.
뇌과학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뇌가 작아지는 노화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때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작아진 뇌는 변화를 받아들이기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토크쇼에서 나온 해결책 하나는 '시간 감각'을 갖추는 것이다. 시간 감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살 수 있게 된다. 어떤 판단을 내리든 그 기준이 '현재'가 되니, 2021년 현재의 성공방정식이 과거 2016년의 성공방정식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성공방정식이 현재에도 유효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즉, 주변의 다른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진 않았는지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을 분석하지 않은 채 '거봐 내 말이 맞지?' 하는 식의 안일한 자세를 취하는 순간 곧바로 꼰대가 되고 트렌드 새비와 멀어지고 만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드뢰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나처럼 해봐'라고 말하는 사람 곁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하지만 '나와 함께 해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한 마디 더 붙이면 '라떼는 말이야'라고 외치는 사람은 스스로 배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도 될 수 없다.
▣ 리더일수록 발언 점유율을 낮춰라
'트렌드 새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경청'이라고 생각한다.
경청은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태로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겸손한 태도는 '오픈 마인드'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상대를 인정하고 누구에게라도 배울 수 있다는 태도가 있어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열린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딜로이트의 전 CEO 짐 퀴글리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말하는 동안에는 배울 수 없다.' 내 경험으로 보면 문제는 사실 듣기만 잘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구글에서 배운 것 중 하나 역시 '의사결정 하기에 앞서 먼저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팀원분들과 회의나 토론에서 발언점유율을 10% 이상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계속 강조하지만 트렌드 새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
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책을 통해서도 학습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훌륭한 인사이트는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일단 부딪혀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 재료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재료다. 값비싸고 신선한 재료가 있다면 웬만큼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요리사는 별것 아닌 재료를 가지고 기대 이상의 요리를 만들어 낸다. 이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재료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혜안이 있는 것이다. 조직에서도 리더들이 정보의 숨은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의 '안목'이란 잘못된 정보에서조차 인사이트를 찾아내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구글에서 산업 분류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는데,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어서 부정확한 분류 체계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팀원 한 분이 인공지능 산업 분류를 기반으로 특정 산업에서 협업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때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이 지적되었다. 모두들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한 인사이트는 부정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때 담당 임원은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분석을 시도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그 안에서도 충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툴과 분석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만일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발표를 하지 못하게 했거나 발표 후에 책망을 했다면, 발표자는 '앞으로 정확한 것이 아니면 이야기해선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트렌드 새비'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완전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공부가 될 수 있고 문제해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확도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 자신의 일에 오너십을 가져라
얼마 전 모 대기업 직원이 자신의 회사는 창의력이 수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관철이 안 된다는 하소연을 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권위적인 문화에 대해 토로했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 아이디어가 관철되지 않는 이유가 정말 회사의 권위적인 문화 때문인가를 생각해 보면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겠다는 오너십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소중하다면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법에도 본인의 창의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가끔 직원들과의 술자리에서 스티브 잡스가 한 명이 있다. '이렇게 하면 정말 좋은 텐데'라고 하면 다른 직원이 '그거 정말 대박인데요. 직접 회사를 차리세요' 하며 부추기는 후배가 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나 또다시 술자리에 모이면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진짜 천재는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데에도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가 천재적인 사업가가 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관철시키는 데에도 집요하리만치 강한 열정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는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붉은색 비상등마저도 가려버렸다. 청중들이 무대에 집중하도록 온 전력을 다한 것이다. 안전상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 마저 감수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 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매우 예민하고, 협력사나 파트너 역시 매우 까다롭고 권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관철시키고 실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용자 관전에서 고민하고 접근하자. 그리고 한번 자문해 보자
"과연 나는 나의 일에 대해 얼마만큼 강력한 오너십을 갖고 있는가.'
필요한 건 뛰어난 아이디어뿐만이 아니다.
나의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끝까지 집요하게 밀고 나가는 열정도 갖춰야 한다.
▣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라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재료를 모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보를 모으는 채널은 무척 다양하다. 유튜브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으며, 영화나 게임 또는 웹툰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면서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보태, 운동이나 여행도 정보를 모으는 채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채널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정보를 취득하는 최적화된 방법은 얼마든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내게 맞는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정보를 취득하기 어렵다. 가령 책을 보더라도 제대로 정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중요한 부분만 표시해 읽으며 다독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 날 때 틈틈이 독서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날을 잡고 집중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방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체공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나는 이럴 때 집중을 잘하는구나.' '나는 이런 방식으로 정리해야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이 인체공학적인 접근이다. 내 경우는 평상시는 주로 서서 일하다가 정말 중요하고 바쁜 일이 있을 때는 앉아서 일한다. 수많은 정보를 활용해 여러 방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령 유튜브에서 독서법을 검색하여 그중 마음에 드는 방법을 몇 가지를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다.
직접 부딪혀 체험해 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지식과 가치관 등을 직접 배울 필요가 있다.